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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때 보인 것은,

당신의 자취였다.

" 다시 눈을 뜨면,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  

 

라고 되뇌이고 있던 하나의 소원이 현실로 와닿았다. 삐걱이는 손을 움직여, 가볍게 잡아보는 조화 한송이,            

해바라기.... 어쩐지 당신을 닮았다. 언젠가 신문으로 스쳐 보낸 정보가 흐릿하게 뇌리에 떠오른다. 강원도였을까. 분명 해바라기가 끝도 없이 녹음 한켠을 수놓고 있는 축제를 연다고 했었다. 

 

당신과 같이 가면, 어떨까. 

 

사실, 제일 보고싶은 건 그 해바라기가 가득 펼쳐진 광경 가운데, 활짝 웃는 당신의 포트레이트. 

그 초상을 보고싶다.

언제 다녀간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서투른 방법에 웃음이 얼굴에, 번져나갔다. 조심히, 조화를 창가에 내려놓는다. 누군가에게 꽃병을 사와달라고 조만간 부탁 해야겠다. 

예상하지 못하는 포인트에서 귀여운 매력이 있는 사람. 소중한, 사람. 당신에겐 분명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다. 

 

발목을 끌고, 절룩이는 걸음으로 침대에 다시 와 앉는다.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으음, 역시 정신적으로만 전력질주하는 것은 실제적인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 라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던져본다.  그 시간에서 반복했던 달리기를 합한다면 나는 분명 훌륭한 달리기 선수가 이미 되고도 남았을 터다.

... 

라며, 그때의 나로서는 생각하지 못할 우스갯소리를 던져본다. 상태가 호전되긴 했나보다.

 

살짝은 너덜한 편지는, 당신의 고민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안에 무슨 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편지를 완성해, 남기고 갔을 그 결정까지 수많은 밤이 걸렸을거라 생각한다. 수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두렵기도 했을 것이고, 

 

분명 무서웠을 것이다.

긴 손가락 끝에 힘을 조금 더해, 편지를 열어보는 저녁, 9시 21분.

-

 

 

 

숨을 깊이, 열띤 한숨을 흐리고,

깜빡임에 맞춰 물기가 볼의 표면을

따라, 뚝. 뚝 떨어진다,

그 중 한방울이 소중한 편지에 떨어져, 당황한 채로 급하게 닦는다.

한 글자가, 그 탓에, 일렁여, 종이가 울고있다.

소중한 편지,다.

그만 울컥하고 말아, 삼켜버리는 소리,

아, 아.... 아. 

​몇 단어, 힘겹게 읽어나간다.

당신은 분명, 이 말을 하기까지, 무척 힘들었을 터다.

 

 

말이 의미를 담지 못하고,

감정만 담아, 조각조각,

조용히,

얼굴을 포개버린

손 틈새로 흘러나간다.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울고 싶었다.

 

 

그렇게 울면, 좀 시원할까.

그렇게 울면, 좀 편할까...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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